목차
1.주먹의 힘
2.세명의 힘
3.확장의 시작
주먹의 힘
마동석이 이번엔 악마를 때려잡는다. 정말 그 다운 선택이라고 해야 할까? 범죄도시 시리즈로 악당들을 박살 내던 그가 이제는 오컬트 영화에서 주먹을 휘두른다. 오늘 영화관에서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보고 왔다. 솔직히 기대 반, 의구심 반이었다. 마동석과 오컬트라니... 의외의 조합이었으니까. 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마동석이 연기한 강바우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강력한 주먹으로 악마를 퇴치하는 어둠의 해결사다.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얘들아 일 나가자"라고 말할 때, 극장 안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마동석이다. 그의 카리스마는 어떤 영화에서든 빛을 발한다.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는 '범죄도시'의 공식을 오컬트에 그냥 갖다 붙인 건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꽤 신선했다. 범죄도시가 현실적인 액션을, 그리고 이번 작품은 초자연적 요소가 가미된 액션을 보여주며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마동석의 강렬한 주먹이 악마를 때려잡는 장면은 기존 한국 오컬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동안 서양 오컬트 영화에 익숙해져 있던 관객들에게 '한국적 퇴마'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한 셈이다.
특히 액션 장면의 완성도가 높았는데, 허명행 무술감독의 참여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마동석의 근육질 몸매와 강인한 주먹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영화의 큰 볼거리로 작용한다. 서양의 엑소시즘 영화들이 주로 기도나 의식으로 악마를 쫓아내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물리적으로' 악마를 때려잡는 신선한 접근법을 보여준다. 이런 통쾌한 액션과 오컬트의 결합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 마동석은 이번에도 물리적 힘의 상징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했고, 그런 그의 모습이 이 영화에서도 빛났다. 악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강인한 의지와 힘으로 맞서는 모습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국 영화의 핵심은 '악에 맞서는 인간의 의지'이며, 마동석은 그것을 완벽하게 체현해 냈다.
세 명의 힘
영화 속 '거룩한 밤' 팀의 케미스트리도 기대 이상이었다. 마동석, 서현, 이다윗으로 이루어진 이 팀은 각자 독특한 개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동석은 압도적인 힘으로, 서현은 신비로운 구마 능력으로, 이다윗은 지원과 기록의 역할로 팀에 기여한다. 처음에는 이 조합이 어색할 것 같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 의구심은 금방 사라졌다. 세 배우의 호흡이 의외로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특히 서현의 연기 변신이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우아하고 차분한 이미지가 강했던 서현이 이번엔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퇴마사 역할을 맡았다. 그녀가 누군가를 똑바로 응시하며 악마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렬했다. 인터뷰에서 서현이 고대어 주문을 외우기 위해 많은 연습을 했다고 하던데, 그 노력이 확실히 드러났다.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한 서현의 새로운 모습은 영화의 큰 볼거리 중 하나였다.
이다윗도 마동석, 서현과 함께 자연스러운 앙상블을 이루며 든든한 팀원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냈다. 그는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팀의 필수적인 구성원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동석과는 '군도'에서 함께 했던 인연이 있는데, 10년 만의 재회라고 한다. 오랜만의 호흡이었지만 두 배우의 케미는 여전했다.
경수진과 정지소가 연기한 자매의 이야기도 영화에 감정적 깊이를 더했다. 경수진이 연기한 정원은 신경정신과 의사로, 동생 은서(정지소)의 이상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거룩한 밤' 팀을 찾아온다. 과학자의 눈으로 초자연적 현상을 대하는 정원의 내적 갈등, 그리고 악마에 빙의되어 고통받는 은서의 모습이 꽤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정지소는 고위 악마 몰록에 빙의된 은서 역할을 소화하며 악마와 소녀 사이를 오가는 연기를 훌륭하게 해냈다. 이들 자매의 이야기는 영화에 드라마적 요소를 더하며,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감정이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국 이 영화의 중심에는 '함께 싸우는 힘'이라는 메시지가 있다.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쳐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단합된 모습은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해주는 요소였다.
확장의 시작
이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서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퇴마와 액션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신선함을 주는데, 분명 도전적인 시도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새로운 시도를 환영한다. 한국 영화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시도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반갑기 때문이다.
마동석이 기획과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하는데, 그의 행보가 흥미롭다. 배우에서 시작해 제작자로도 활동하며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한동안 공백기를 갖는 상황에서, 이 작품이 그의 새로운 시리즈가 될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실제로 영화는 후속작을 암시하는 설정으로 끝이 나는데, 흥행 여부에 따라 시리즈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거룩한 밤: 더 제로'라는 프리퀄 웹툰을 통해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웹툰에서는 바우 캐릭터의 과거와 '거룩한 밤' 팀의 결성 배경을 보여주는데, 이미 프랜차이즈화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인다. 마동석은 어린 시절 친구 '요셉'과의 인연으로 악마 사냥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 배경 설정이 앞으로의 시리즈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궁금하다.
영화는 러닝타임이 92분으로 꽤 짧은 편이었지만, 밀도 있는 스토리와 액션으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롯데 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한 이번 작품은 마동석 특유의 액션과 오컬트 요소의 결합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물론 모든 관객에게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수 있다.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고, 반대로 오컬트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액션 비중이 너무 높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두 장르 모두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신선한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한국형 오컬트 액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록 완벽한 작품은 아니지만, 도전적인 시도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동석이 이끄는 '거룩한 밤' 팀의 활약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 영화가 더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고, 국내외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마동석의 주먹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영화적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