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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지전>의 전쟁의 아픔,인간의 초상,역사의 그늘

by kor-info 2025. 5. 9.
목차
1. 전쟁의 아픔
2. 인간의 초상
3. 역사의 그늘

영화&lt;고지전&gt;의 포스터
영화<고지전>의 포스터

1. 전쟁의 아픔

영화 '고지전'을 처음 본 것은 대학교 군사학 수업 시간이었다. 교수님이 한국전쟁의 실상을 보여주는 영화라며 틀어주셨다. 그때는 그저 수업의 일부라 생각하고 봤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전쟁영화 경험이었다. 영화 '고지전'은 휴전협정을 앞둔 1953년 최후의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특히 애록고지를 둘러싼 국군과 인민군의 처절한 전투 장면은 숨 막히게 현실적이었다. 군대에서 동계훈련 때 눈 덮인 산을 오르내리며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힘들었는데, 실제 전쟁 상황에선 얼마나 더 끔찍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영화 '고지전'에서 고지를 점령했다가 다시 빼앗기는 과정이 반복되는 장면은 전쟁의 무의미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할아버지는 한국전쟁에 직접 참전하셨다. 어릴 적 할아버지가 가끔 들려주시던 전쟁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영화 '고지전'을 보고 나서야 할아버지의 침묵 속에 담긴 깊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전쟁은 영웅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생존과 두려움, 그리고 서로를 향한 적개심과 의심의 연속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 '고지전'에서 국군 병사들이 텐트에 모여 고향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특히 가슴 아팠다. 평범했던 젊은이들이 갑자기 싸움터에 내몰린 현실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 어머니의 고향인 강원도에 여행 갔다가 민통선 근처를 지나게 됐다. 그때 문득 영화 '고지전'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지금은 평화로운 그곳이 70년 전에는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던 현장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2. 인간의 초상

영화 '고지전'의 중반부는 국군과 인민군 병사들의 갈등과 유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서로를 향한 증오 속에서도 인간적인 감정이 교차하는 장면들이었다. 특히 강신일이 연기한 양상필 중대장이 적군 시체들을 보며 눈물 흘리는 장면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지난겨울, 친구와 술 마시다가 영화 '고지전' 얘기를 했다. 두 시간 넘게 이 영화에 대해서만 얘기했던 것 같다. 그만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영화 '고지전'에서 동굴 속 인민군 병사들과 마주치는 장면은 긴장감의 절정이었다. 서로를 죽여야 하는 적이지만, 결국 같은 민족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가슴 아프게 그려졌다. 남북 관계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이 장면이 떠오른다. 여전히 분단국가에 사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고 신성일의 연기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의 마지막 대사 "이 전쟁이 끝나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몇 년 전 신성일 배우의 부고 소식을 듣고 다시 영화 '고지전'을 찾아봤다.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작품의 무게감을 더했다. 영화 '고지전'에서 두 학생병 역할도 기억에 남는다. 어린 나이에 전쟁터에 끌려온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아버지가 예비군 훈련 갔다가 젊은 병사들을 보고 안타까워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저 어린애들이 만약 진짜 전쟁이 나면..."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영화 '고지전'은 그런 두려움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영화가 어느 한쪽만을 미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군이든 인민군이든 모두 상황에 내몰린 인간으로 그려낸 점이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와 "우리가 태어났던 시대가 달랐다면 어땠을까"란 이야기를 나눴다. 만약 70년 전에 태어났다면 우리도 저 전쟁에 참여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았다.

3. 역사의 그늘

영화 '고지전'의 마지막 부분은 전쟁의 비극과 부조리함을 더욱 강렬하게 보여준다. 휴전을 앞두고도 계속되는 전투의 무의미함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휴전협정의 현실적인 면모를 영화 '고지전'을 통해 체감할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수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은 후에야 찾아온 휴전은 너무나 공허하게 느껴졌다. 수업 시간에 봤던 그날 이후, 휴전선과 휴전협정에 대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저 역사책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희생된 결과물이라는 점을 영화 '고지전'은 분명하게 보여줬다. 작년에 가족들과 임진각에 가게 됐다. 그곳에서 본 철조망과 녹슨 기관차를 보며 영화 '고지전'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관광지가 된 그곳이 실제로는 커다란 상처의 흔적이라는 생각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영화 '고지전'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교실은 완전히 침묵에 빠졌다. 그 무거운 공기를 아직도 기억한다. 교수님조차 한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나눈 대화도 평소보다 훨씬 진지했다. 영화 '고지전'은 그런 작품이다. 보고 나면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는 무게감이 있다. 며칠 전 군대 갔던 후배가 휴가 나와서 만났다. 우연히 전쟁 영화 얘기가 나와서 '고지전'을 추천해 줬다. 그 친구는 실제 군 생활을 해보니 이 영화가 더 실감 난다고 했다. 훈련 중에 고지를 뺏고 빼앗기는 상황을 경험했다면서, 실제 전쟁 상황은 얼마나 더 끔찍했을지 상상이 안 된다고 했다. 영화 '고지전'은 그런 식으로 각자의 경험과 연결되어 더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종종 다른 전쟁 영화들과 비교하게 되는데, '고지전'만큼 한국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본 이후로 현충일이나 6.25 관련 행사가 있을 때 더 진지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영화 '고지전'이 내게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