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산골의 사랑
2.시선의 교차
3.움직임의 미학
1.산골의 사랑
지난 주말, 우연히 영화관에서 '곤돌라'를 보게 됐다.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는데, 알고 보니 상영관이 많지 않아서 그랬던 거였다. 어쨌든 시작부터 끝까지 빠져들어 봤던 영화 곤돌라는 정말 특별했다. 조지아의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데, 산과 산 사이를 오가는 낡은 케이블카가 마을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라는 게 흥미로웠다. 새 승무원으로 일하게 된 '이바'와 반대편 곤돌라의 '니노'가 서로 눈길을 주고받는 장면부터 마음이 설렜다.
영화 곤돌라의 가장 큰 특징은 대사가 없다는 점이다. 맞다. 한 마디도 없다.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대사 없이도 충분히 이야기가 전달된다는 게 신기했다. 눈빛과 손짓, 표정만으로도 두 사람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느껴졌다.
곤돌라 영화의 미술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주인공 이바가 항공사 승무원을 꿈꾸며 자기 곤돌라를 비행기처럼 꾸미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 곤돌라는 때로는 버스가 되고, 배가 되고, 심지어 웨딩카가 되기도 한다. 이런 변화들이 아날로그 감성으로 표현되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요즘 CGI 범벅인 영화들 사이에서 곤돌라는 진짜 보석 같은 작품이다.
바이트 헬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두 곤돌라가 교차하는 순간의 긴장감과 설렘을 표현하는 방식이 독특했다. 이바와 니노가 서로에게 보내는 미묘한 표정 변화나 곤돌라 내부의 따뜻한 색감 처리도 섬세했다. 조지아의 웅장한 자연 풍경과 대비되는 소소한 인간 드라마가 가슴을 울렸다.
2.시선의 교차
영화 곤돌라를 보는 내내 마음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도 저렇게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인연이 시작되는 걸까?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스치듯 만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묘하게 내 청춘의 기억을 자극했다.
곤돌라에서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건 두 사람이 30분마다 교차하는 순간이다. 각자의 곤돌라 안에 갇혀 있지만, 짧은 순간 서로를 향해 보내는 시선에서 설렘이 느껴졌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 어린 눈빛이었다가, 점점 장난스러운 몸짓이 되고, 나중엔 체스 한 수, 음악 한 조각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특히 두 사람이 체스 게임을 통해 소통하는 장면은 가슴 따뜻했다. 이바가 자신의 곤돌라에서 체스판을 꺼내 한 수를 두고, 다음 만남에서 니노가 그 수에 응답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게임. 말 한마디 없이도 이렇게 깊은 교감이 가능하다니! 요즘 SNS로만 소통하는 내 모습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곤돌라 영화에서 이바와 니노가 서로를 향해 바이올린과 트럼펫을 연주하는 장면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산 중턱에서 울려 퍼지는 두 악기의 화음이 마치 그들의 마음처럼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그 순간만큼은 관객인 나도 곤돌라에 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곤돌라가 보여주는 사랑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다. 그저 서로를 향한 작은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점차 깊어지는 마음의 교류. 이 단순함이 오히려 더 진실되게 느껴졌다.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있는 건 이런 소소한 교감 아닐 거 같다.
3.움직임의 미학
영화 곤돌라를 생각하면 그 특유의 리듬감이 먼저 떠오른다. 산을 오르내리는 곤돌라의 움직임이 마치 음악처럼 느껴졌달까. 30분마다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고 교차하는 두 곤돌라의 규칙적인 움직임이 영화 전체의 박자를 만들어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곤돌라의 움직임이 등장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낄 때는 곤돌라도 마치 춤을 추듯 부드럽게 움직인다. 반면 둘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는 곤돌라가 갑자기 멈춰 서거나 격렬하게 흔들리기도 한다. 이런 시각적 연출이 대사 없이도 감정을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화 중반부, 이바와 니노가 서로에게 화가 나 있을 때 곤돌라가 전쟁 탱크로 변하는 상상 속 장면이 있다. 관객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는데, 그 웃음 속에는 공감이 묻어 있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화가 났을 때 저런 식으로 상상하지 않나?
곤돌라 영화의 미술 작업에 정말 감탄했다. 상상 속에서 곤돌라가 비행기, 배, 버스로 변하는 장면들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세트와 소품으로 표현되어 더 따뜻한 느낌을 줬다. 특히 두 사람이 화해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을 때 곤돌라가 웨딩카로 변신하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곤돌라 영화는 이런 시각적 은유를 통해 인생의 여정을 보여준다. 우리도 각자의 '곤돌라'를 타고 삶을 오가며, 때로는 다른 이의 곤돌라와 교차하고, 때로는 함께 움직이기도 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머릿속에서 두 곤돌라가 오르내리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