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웃음과 눈물
2. 가족의 힘
3. 날카로운 비판
1. 웃음과 눈물
영화 '괴물'은 2006년 봉준호 감독이 만든 한국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친구들과 단체로 예매해서 봤는데, 웃다가 울다가 정신없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괴물 영화라고 해서 단순한 공포물일 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 '괴물'은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특히 강두 역의 송강호와 그의 가족들이 보여준 코믹 하면서도 가슴 아픈 연기가 정말 압권이었다. 남매 중 오빠가 있는데, 오빠가 '괴물'을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말을 못 했다고 한다. 그만큼 가족애를 그린 부분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던 것 같다. 지난주에 케이블 TV에서 우연히 '괴물'이 나와서 다시 봤다. 세월이 꽤 흘렀는데도 영화의 힘은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영화 '괴물'에 담긴 사회 비판적 메시지가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때는 괴물이 징그럽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이제 보니 진짜 '괴물'은 따로 있었다. 며칠 전 대학 동기와 맥주 한잔하면서 2000년대 한국영화에 대해 얘기했다. 내가 '괴물'을 최고로 꼽자 동기는 '살인의 추억'이 더 낫다고 우겼다. 사실 둘 다 명작이라 비교하기 어렵다. 영화 '괴물'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강두가 포클레인으로 괴물에게 달려드는 부분이었다.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인데, 자식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보면 너무 당연했다. 중학생 아들이 있는 친구도 "나라도 그랬을 거야"라고 하더라. 영화 속 한강변 풍경을 보면 2006년 당시의 서울이 떠올라 묘한 향수가 느껴진다.
2. 가족의 힘
영화 '괴물'의 중반부는 가족이 흩어졌다가 다시 뭉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결혼도 안 했었다. 지금은 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가 되어 영화 '괴물'을 보니 강두의 심정이 더 절실하게 이해됐다. 작년 여름 가족 여행 때 큰애가 잠깐 눈에서 사라진 적이 있었다. 겨우 5분 정도였는데도 그때 느낀 공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영화 '괴물'에서 강두가 딸을 찾아 헤매는 장면이 그대로 떠올랐다. 저번 주말에 큰애와 함께 영화 '괴물'의 일부 장면을 봤다. 괴물이 처음 등장하는 부분까지만 보여줬는데도 아이가 무서워했다. 솔직히 나도 처음 봤을 때는 깜짝 놀랐었다. 지금 보면 CG가 좀 어색하지만, 당시로서는 정말 혁신적이었다. 친구들과 영화 '괴물' 얘기를 하다 보면 항상 유행했던 대사를 서로 따라 하곤 한다. "한강에 괴물 나타났다!" 같은 대사가 그 시절 유행어였다. 이제는 추억이 된 그 순간이 그립다. 영화 '괴물'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가족 모두가 현서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장면이었다. 남동생의 영화 해석은 또 달랐다. 그는 영화 '괴물'이 실은 가족 내 갈등과 화해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처음에는 별로 공감이 안 됐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오늘 아침에 출근길에 한강을 지나가면서 문득 영화 '괴물'이 떠올랐다. 그 폭염 속에 가족이 텐트 치고 장사하던 장면이 생생했다. 가끔 한강공원에 가면 영화 '괴물'의 촬영지를 찾아보게 된다. 특히 괴물이 처음 등장했던 다리 아래 부분은 지금도 그대로다. 바라보고 있으면 기묘한 감정이 든다.
3. 날카로운 비판
영화 '괴물'의 또 다른 측면은 사회 비판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괴물 영화로만 봤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 장면이 많았다. 특히 미군의 독성 물질 방류와 정부의 무능한 대처는 훗날 세월호 같은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한 달 전쯤 친구들과 봉준호 감독 영화 마라톤을 했다. '기생충'부터 역순으로 봤는데, 영화 '괴물'에서도 이미 그의 천재성이 빛나고 있었다. 장르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절묘하게 버무리는 솜씨가 놀라웠다. 영화 평론 동아리 선배는 '괴물'이 한국적 정서를 전 세계에 알린 첫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사촌도 외국 친구들에게 이 영화를 자주 소개한다고 했다. 영화 '괴물'은 한국 영화의 세계화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다른 한국 영화들과 비교해도 영화 '괴물'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다. 코미디와 공포, 가족 드라마와 사회 비판을 한 작품에 녹여낸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어제저녁 뉴스에서 환경오염 문제를 다루는 걸 보다가 문득 영화 '괴물'이 생각났다. 현실이 영화를 따라가는 것 같아 씁쓸했다. 특히 뉴스에 나온 공무원들의 태도가 영화 속 방역 당국과 너무 닮아 있었다. 몇 년 전 집 근처 하천이 오염됐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영화 '괴물'을 보고 나면 항상 환경 문제에 대해 더 민감해지는 것 같다. 지난번 환경 단체 후원도 이 영화의 영향이 컸다. 요즘은 영화 '괴물'에 나온 괴물의 탄생 배경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화학 물질 무단 방류가 뉴스에서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남편과 가끔 이런 얘기를 하는데, 그도 영화 '괴물'이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라고 공감한다. 봉준호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괴물'은 보면 볼수록 새로운 의미가 발견되는 작품이다. 열 번을 봐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 '괴물'은 내 인생 영화 목록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