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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생충>의 계층의 벽,냄새의 힘,폭우의 밤

by kor-info 2025. 5. 8.
목차
1. 계층의 벽
2. 냄새의 힘
3. 폭우의 밤

영화&lt;기생충&gt;의 포스터
영화<기생충>의 포스터

1. 계층의 벽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처음 봤을 때는 2019년 여름이었다. 극장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 영화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영화 경험 중 하나로 남아있다. 처음 영화 '기생충'의 포스터를 봤을 때는 그저 또 하나의 블랙 코미디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보고 나니 훨씬 더 깊은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영화 '기생충'에서 보여주는 계층 간의 격차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저소득층 반지하 집과 부유층의 현대식 저택 사이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몇 해 전 고등학교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너무 큰 집에 놀란 기억이 있다. 그때 느꼈던 막연한 거리감이 영화 '기생충'을 보며 다시 떠올랐다. 가끔은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 '기생충'은 그 괴리감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기택 가족이 저택에 침투하는 과정은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친구와 함께 봤는데, 둘 다 숨 죽이며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옆자리 관객이 팝콘 씹는 소리만 들려도 짜증 났었다. 그만큼 영화에 몰입했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비 오는 날 기택 가족이 반지하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가슴을 무겁게 했다. 나도 대학생 때 반지하 원룸에 살았던 적이 있다. 장마철이 되면 물이 새는 걱정에 잠 못 이룬 날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장면이 더 공감됐다. 영화 '기생충'은 불편한 진실을 유머로 포장해 보여준다. 그래서 보는 내내 웃다가도 문득 찔리는 마음이 들었다. 회사 다니면서 상사와 점심 먹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지만 우리가 보는 세상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2. 냄새의 힘

영화 '기생충'에서 가장 인상적인 소재 중 하나는 '냄새'였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냄새가 다르다는 설정이 묘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기택에게서 나는 냄새를 동동이 집 가족들이 알아채는 장면은 정말 섬뜩했다. 사회적 계층이 몸에 배어 나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몇 년 전 백화점에서 명품 코너를 지나갈 때 느꼈던 괴리감이 생각났다. 내게는 그저 비싼 물건일 뿐인데, 자연스럽게 그곳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았다. 영화 '기생충'은 그 감각을 냄새라는 소재로 표현했다.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특히 영화 중반부에 기우가 다현이를 가르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좋았다. 표면적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위험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대학 시절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있는데, 부잣집 아이를 가르칠 때 늘 어딘가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그 집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부터 화장실 비품까지 모든 게 달랐다.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그때 느꼈던 미묘한 소외감이 다시 떠올랐다. 송강호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자존심과 비굴함 사이에서 오가는 미세한 감정 변화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아내에게 취직 소식을 전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복잡한 감정이 얼굴에 모두 드러났다. 내가 첫 직장에 합격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기쁨과 동시에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있었다. 영화 '기생충'은 이런 미묘한 감정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은 기택이 벙커에 숨어있던 근세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그 반전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 영화관에서 보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놀라서 팔짱을 꽉 잡았던 기억이 난다. 영화 '기생충'은 이렇게 계속해서 관객을 긴장시키고 놀라게 한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박사장 집 풍경이었다. 넓은 잔디밭과 투명한 유리창, 그리고 정갈한 실내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그런 집에 살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 봤다. 어쩌면 그들도 그들 나름의 고민이 있겠지만, 적어도 비가 와도 집이 침수될 걱정은 없을 것이다.

3. 폭우의 밤

영화 '기생충'의 절정은 역시 동기와 기택 가족이 박사장 집에서 술을 마시던 밤이었다. 마치 폭풍 전야처럼 느껴지는 그 장면에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텅 빈 저택에서 기택 가족이 한순간 부자의 삶을 누리는 모습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나도 한 번쯤 남의 신분이 되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호텔 로비에 앉아 마치 그곳 투숙객인 척 행동해 본 적이 있었다. 잠시나마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기분이 묘했다. 영화 '기생충'의 이 장면은 그런 착각의 위험성을 보여줬다. 박사장 가족이 갑자기 귀가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식탁 아래 숨는 기택 가족의 모습은 정말 어이없으면서도 긴장감 넘쳤다. 극장에서 볼 때는 숨소리까지 죽이며 봤던 기억이 난다. 특히 기정이 식탁 아래서 전화를 받는 순간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일상에서도 가끔 이런 경험이 있다. 면접장에서 실수했을 때나 상사 앞에서 말을 더듬을 때, 그런 순간들의 긴장감이 영화 속 상황과 묘하게 닮아있다. 영화 '기생충'의 후반부는 거의 재난영화 같았다. 폭우 속에서 펼쳐지는 혼돈의 장면들이 잊히지 않는다. 물에 잠긴 반지하 집으로 돌아가는 기택 가족의 모습은 정말 비참했다. 화장실 변기 위에 올라가 담배를 피우는 기택의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집이 물에 잠겨도 그날 입고 갈 옷부터 챙기는 장면은 가슴이 아팠다. 우리 집도 몇 년 전 태풍이 왔을 때 물이 조금 새어 든 적이 있다. 그때 느꼈던 무력감이 떠올랐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영화 '기생충'의 결말은 모호하지만 강력했다. 아버지가 지하실에 숨어 사는 모습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보여줬다. 결국 계층 간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본 후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친구들과 술 마시며 영화 얘기를 했는데, 각자 다른 부분에 공감하고 있더라. 어떤 친구는 기우의 입장에, 어떤 친구는 기택의 상황에 더 감정이입을 했다. 영화 '기생충'은 그만큼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