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비의 멜로디
2. 희생의 무게
3. 선택의 비
1. 비의 멜로디
영화 '날씨의 아이'를 처음 본 건 개봉 첫 주말이었다. '너의 이름은'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이라는 소식에 기대감이 컸다. 친구들과 함께 메가박스 IMAX관에서 봤는데, 그 선명한 빗줄기와 구름 묘사가 정말 압권이었다. 영화 '날씨의 아이'는 도쿄를 배경으로 비가 내리는 도시와 맑은 하늘의 대비를 아름답게 그려낸다. 우연히 날씨를 바꿀 수 있는 소녀 히나를 만난 가출 소년 호다카의 이야기인데, 그 판타지적 설정이 현실의 문제와 절묘하게 섞여 있었다. 영화 '날씨의 아이'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히나가 처음으로 날씨를 맑게 바꾸는 장면이었다. 빌딩 옥상에서 기도하듯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구름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는 그 장면이 정말 마법 같았다. 작년 여름 장마 때 일주일 내내 비가 내려서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히나 같은 날씨의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날씨의 아이'의 음악도 정말 좋았다. 역시 RADWIMPS의 노래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살려줬다. 특히 '대신'이라는 곡이 흐를 때는 가슴이 찡했다. 지금도 비 오는 날이면 그 노래를 자주 듣는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들으면 영화 속으로 다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 '날씨의 아이'를 보면서 한국의 장마철과 일본의 장마철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어로 '우키'라고 부르는 장마가 영화에서 중요한 설정이었는데, 우리나라의 장마와 묘하게 닮아 있었다. 대학생 때 장마철에 여행 갔다가 꼼짝없이 숙소에 갇혀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날씨의 아이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2. 희생의 무게
영화 '날씨의 아이'의 중반부에서 히나가 날씨의 아이로서 치러야 할 대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맑은 하늘을 만들 때마다 그녀의 몸이 점점 투명해진다는 설정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친구는 이 부분이 기후변화에 대한 은유라고 했다. 나도 동의했다. 자연의 질서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데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는 메시지가 영화 '날씨의 아이'에 담겨있었다. 요즘 자주 보도되는 이상기후 뉴스를 볼 때마다 이 영화가 생각난다. 영화 '날씨의 아이'에서 히나가 구름 위로 사라지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고 슬펐다.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지만, 결국 참지 못했다. 옆에 앉은 친구도 몰래 눈물을 닦더라.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어릴 적 잃어버린 반려견이 생각난다. 갑자기 사라진 그 친구를 찾아 동네를 헤매던 기억이 히나를 찾아 도쿄를 뛰어다니는 호다카의 마음과 겹쳐 보였다. 영화 '날씨의 아이'에서 호다카가 성인들에게 쫓기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가출 청소년의 불안정한 삶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대학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워 알바를 전전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힘든 일상이 호다카와 비슷해 보였다. 친구가 겪었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 '날씨의 아이'는 청소년의 현실적인 문제와 판타지적 요소를 잘 버무렸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신카이 감독의 균형 감각이 대단했다. 며칠 전 뉴스에서 가출 청소년 보호소에 관한 보도를 봤다. 영화 속 호다카처럼 집을 나와 거리에서 지내는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영화 '날씨의 아이'는 그런 현실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3. 선택의 비
영화 '날씨의 아이'의 마지막 부분은 정말 강렬했다. 호다카가 히나를 구하기 위해 하늘로 뛰어오르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뛴다. 영화관에서 그 장면이 나올 때 누군가 "와우..." 하고 탄성을 내질렀던 게 기억난다.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다. 영화 '날씨의 아이'의 결말에 대해서는 친구들과 한참 토론했다. 호다카가 히나를 구해 도쿄가 영원히 비에 잠기게 된 선택이 옳았냐는 질문에 각자 다른 의견이 나왔다. 나는 히나를 구한 호다카의 선택을 지지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세계를 희생하는 이기적인 선택이지만,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았다. 작년에 강아지가 아팠을 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살려야겠다고 결심했던 마음이 떠올랐다. 영화 '날씨의 아이'에서 침수된 도쿄의 풍경이 오히려 아름답게 그려진 점도 인상적이었다. 재난 후의 세계가 디스토피아가 아닌 새로운 가능성으로 그려졌다. 요즘 환경 재앙을 다룬 뉴스를 볼 때면 영화처럼 인간이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비관적이기보다는 희망적인 모습으로. 영화 '날씨의 아이'를 보고 나서 비 오는 날의 산책이 더 좋아졌다. 이전에는 비 오면 우산 쓰고 빨리 지나가기 바빴는데, 이제는 가끔 비를 맞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히나처럼 손을 뻗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난달 친구 결혼식 날에 비가 많이 왔다. 신부가 우울해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날씨의 아이처럼 비가 우리의 새 출발을 축복해 주는 것 같다"며 웃더라. 영화 하나가 우리의 관점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영화 '날씨의 아이'는 '너의 이름은'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와닿는 메시지가 있었다. 때로는 세상의 질서보다 한 사람의 행복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이런 복잡한 메시지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낸 신카이 감독의 역량이 놀라웠다. 영화 '날씨의 아이'는 비가 내리는 날마다 생각나는 작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