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시공의 춤
2. 운명의 실
3. 만남의 기적
1. 시공의 춤
영화 '너의 이름은'을 처음 본 건 대학 3학년 때였다. 친구가 "이거 꼭 봐야 해"라며 끌고 간 CGV에서였다. 솔직히 애니메이션은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영화 '너의 이름은'는 시작부터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일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라는데, 그의 이름도 처음 들어봤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볼 정도로 매료됐다. 영화 '너의 이름은'의 첫 장면부터 아름다운 영상미에 입이 떡 벌어졌다. 저 멀리 하늘을 가로지르는 혜성의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도쿄와 시골 마을의 대비되는 풍경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나도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랐다가 서울로 올라와 살았기 때문에 더 와닿았다.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남자 주인공 타키와 여자 주인공 미츠하가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너무 재밌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삶을 이해해 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몇 년 전 친구와 일주일 동안 집을 바꿔 살았던 경험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그냥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 친구의 생활 방식을 직접 체험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됐었다. 영화 '너의 이름은'의 음악도 정말 좋았다. RADWIMPS라는 밴드의 노래들이 영화의 감성을 완벽하게 살려줬다. 특히 'Sparkle'이라는 곡이 나올 때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지금도 가끔 그 노래를 들으면 영화의 장면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영화 '너의 이름은'를 보고 나서 친구들과 한참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 여행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 나눴다.
2. 운명의 실
영화 '너의 이름은'의 중반부는 점점 이야기가 복잡해지면서 반전이 시작된다. 특히 미츠하가 살고 있는 시간대가 타키보다 3년 앞서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그 장면에서 극장 안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이 기억난다. 다들 숨을 죽이고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운명의 끈으로 표현되는 '무스비'라는 개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빨간 끈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이라는 설정이 낭만적이면서도 깊은 의미가 있어 보였다. 몇 년 전 우연히 해외여행에서 만났던 사람과 한국에서 다시 마주쳤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때도 뭔가 운명 같은 것을 느꼈었다.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타키가 미츠하의 마을을 찾아가는 여정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기억은 흐릿하지만 그녀를 찾아야 한다는 직감만으로 낯선 시골을 헤매는 모습이 절실했다. 대학 시절 첫사랑을 찾아 밤새 버스를 타고 지방까지 달려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결과는 영화처럼 아름답지 않았지만, 그 설렘과 간절함은 비슷했던 것 같다. 영화 '너의 이름은'을 친구와 함께 봤을 때, 그 친구는 중간에 살짝 눈물을 훔치더라. 나중에 물어보니 예전에 연락이 끊긴 소중한 사람이 생각났다고 했다. 영화가 그런 개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힘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이토모리라는 시골 마을이 혜성의 충돌로 사라진다는 설정은 동일본 대지진을 연상시켰다. 2011년 그 끔찍한 재난 뉴스를 봤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영화는 픽션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현실의 아픔을 달래주는 것 같았다. 지난여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배경이 된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영화 '너의 이름은'의 계단 장면 배경이 된 장소를 직접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3. 만남의 기적
영화 '너의 이름은'의 클라이맥스는 해 질 녘 황혼의 시간, 가타와 레도키에 두 주인공이 마주치는 장면이다. 기차 안에서 서로를 스쳐 지나가다 무언가를 느끼고 필사적으로 찾아 나서는 장면에서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옆자리에 앉은 여자친구가 내 팔을 꼭 잡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도 처음 만났을 때 어딘가 본 듯한 느낌이 있었다고 서로 얘기했었다. 영화 '너의 이름은'의 마지막 대사 "이름은 뭐라고 했지?"가 정말 여운이 남았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 극장을 빠져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들 영화의 감동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영화 '너의 이름은'의 부제인 '아직 만난 적 없는 너를, 찾고 있어'라는 문구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언젠가 만나게 될 누군가를 위해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묘하게 위로가 됐다. 요즘처럼 취업 준비로 힘들 때 그런 생각을 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어머니가 예전에 "인연이 있으면 꼭 만나게 되어 있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진심으로 이해됐다. 작년 가을에 우연히 영화 '너의 이름은' OST 공연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싼 티켓값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예매했다. 공연장에서 영화 속 음악을 들으며 다시 한번 그 감동을 느꼈다.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영화 '너의 이름은'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시간, 운명, 그리고 연결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평소 과학적 세계관을 가진 내가 이런 판타지 요소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친구는 이게 신카이 마코토 감독만의 마법이라고 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봤는데, 역시 비슷한 감성이 느껴졌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만큼 완벽한 작품은 없었다. 이 영화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인생 영화 리스트의 상위권을 차지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