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버려진 존재
2. 국가의 배신
3. 최후의 반란
1. 버려진 존재
영화 '실미도'를 처음 본 것은 군대 시절이었다. 영화 상영 시간에 부대 전체가 대강당에 모여 같이 봤다. 사실 군대에서는 영화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다들 시끄럽게 떠들던 병사들이 영화 '실미도'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만큼 몰입도가 대단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저 액션 영화려니 했다. 하지만 영화 '실미도'는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살인범, 부랑자, 고아 등 사회 최하층 인물들을 모아 북파공작원으로 만드는 실화 기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특히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같이 본 선임병도 "이게 진짜라니 말이 안 된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실미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훈련 과정이었다.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인간 병기로 거듭나는 대원들의 모습이 생생했다. 우리가 받는 군사훈련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겪은 지옥훈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떤 장면은 너무 가혹해서 보는 내내 숨이 막혔다. 영화 '실미도'의 강인한 캐릭터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설경구의 강인한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훈련소에서 폭행당하는 장면부터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그의 감정 변화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군대에서 만난 어떤 분대장이 설경구처럼 카리스마 있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 '실미도'를 본 이후로 우리 군 역사의 어두운 면에 관심이 생겼다. 제대 후에도 관련 책들을 찾아 읽었다. '북파공작원', '특수부대', '684부대' 같은 키워드로 자료를 찾아봤다. 알면 알수록 우리가 모르는 역사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국가의 배신
영화 '실미도'의 중반부는 북한 김일성 암살 작전이 취소되면서 벌어지는 대원들의 혼란을 그린다. 작전 취소의 원인이 된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던 실제 역사적 장면이 영화에 그대로 담겨 있어 더 씁쓸했다. 대학 시절 한국현대사 수업 시간에 이 사건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단순히 남북관계 개선의 한 사례로만 기억했는데, 영화 '실미도'를 통해 그 이면에 숨겨진 희생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영화 '실미도'에서 부대원들이 폐기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평생을 국가를 위해 바친 이들이 임무가 끝나자 한순간에 버려지는 모습에 분노가 치밀었다. 군 복무 중에 비슷한 배신감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열심히 근무했지만 인정받지 못할 때의 그 허탈감이 영화 속 대원들의 마음과 겹쳐 보였다. 물론 상황의 심각성은 비교할 수 없지만, 그 감정만큼은 이해가 됐다. 영화 '실미도'에서 섬에 격리된 대원들의 모습이 마치 감옥 같았다. 자유를 위해 몸부림치지만 벗어날 수 없는 그들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얼마 전 코로나로 격리됐을 때 이 영화 속 장면이 떠올랐다. 물론 비교도 안 되지만, 제한된 공간에 갇혀있는 답답함은 비슷하게 느껴졌다. 영화 '실미도'를 본 후 친구들과 "국가가 개인을 버릴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을 했다. 국가안보라는 명목 하에 개인의 희생이 정당화될 수 있는 한계점은 어디인지, 그리고 우리는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얘기했다. 영화 '실미도'의 중간중간 삽입된 실제 뉴스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픽션이 아닌 실화라는 점을 계속 상기시켜 주는 연출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영화가 개봉한 2003년은 내가 고등학생 때였는데, 그때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잘 몰랐다.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보니 더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3. 최후의 반란
영화 '실미도'의 마지막 부분은 대원들의 탈출과 버스 장악 사건으로 이어진다. 버스를 타고 청와대로 향하는 그들의 마지막 저항이 너무나 절박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인간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가슴 아프게 남아있다. 친구와 영화관에서 다시 볼 때는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영화 '실미도'의 실제 결말은 모두가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이었다. 상영이 끝나고 극장이 조용해졌던 기억이 난다. 다들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큼 무거운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영화 '실미도'의 힘은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닌, 우리 역사의 아픔을 직시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통해 군사정권 시절의 어두운 역사를 알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몇 달 전 MBC 'PD수첩'에서 북파공작원에 관한 특집을 방영했다. 1,000명이 넘는 공작원들이 북한에 침투했다가 대부분 귀환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영화 '실미도'를 본 이후로 이런 내용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잊힌 역사를 기억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영화 '실미도'를 본 후, 아버지와 그 시대 이야기를 나눴다. 아버지는 당시 신문에서 실미도 사건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비 침투로 보도되었고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다고 하셨다. 아버지 세대가 겪은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됐다. 지난주 연휴에 IPTV로 다시 '실미도'를 봤다. 개봉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메시지는 여전히 강력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한 점도 있지만, 여전히 국가와 개인의 관계, 희생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유효하다고 느꼈다. 영화 '실미도'는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다. 천만 관객을 처음으로 돌파한 영화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그보다 우리 역사의 상처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