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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염력>의 웃픈 초능력,가족의 힘,진짜 강함

by kor-info 2025. 5. 23.
목차
1. 웃픈 초능력
2. 가족의 힘
3. 진짜 강함

영화&lt;염력&gt;의 포스터
영화<염력>의 포스터

1. 웃픈 초능력

영화 염력은 정말 기대 안 하고 봤다가 은근히 재밌게 본 영화다. 처음엔 '또 뭐야, 초능력자 나오는 영화' 싶었는데, 이건 좀 달랐다. 술 마셔야만 능력 쓸 수 있는 염력자라니, 이런 병맛 설정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근데 그게 웃긴 거였다.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염력은 연상호 감독 작품인데, 왠지 그의 이전 영화 '부산행'만큼 인기는 없었던 것 같다. 뭔가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류승룡이 연기한 주인공 석헌은 그냥 평범한... 아니 솔직히 좀 지질한 아저씨다. 딸내미한테 무시당하고, 노점상에서 겨우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다. 근데 이 아저씨가 갑자기 염력을 갖게 된 설정이 참 웃겼다. 그것도 술 취했을 때만 쓸 수 있다는 점이 더 웃겼다. 첨에 석헌이 노래방 앞에서 취해서 우연히 염력을 발견하는 장면은 진짜 빵 터졌다. 그 어이없는 표정이랑 주변 사람들 반응이 너무 리얼했다. 영화 염력에서 가장 웃겼던 건 석헌이 자기 능력을 시험해 보는 장면들이다. 특히 소주병을 들어 올리려고 온갖 짓을 다하는데, 진짜 류승룡 표정 연기는 레전드다. 대박 진지한 얼굴로 이상한 포즈 취하고 있는데, 하나도 안 움직이니까 한 모금 더 마시고 또 시도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내가 극장에서 봤을 때 여기서 관객들 다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좀 슬픈 면도 있다. 영화 염력은 사실 가족 이야기다.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빠가 갑자기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면서 가족 관계를 회복하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게 은근히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었다. 특히 석헌이 처음으로 딸 은주(심은경)한테 자기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은주가 처음으로 아빠를 다른 눈으로 보는 순간이 가슴을 울렸다. 여기서 류승룡이랑 심은경 연기 호흡이 진짜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 염력은 다른 초능력자 영화들처럼 화려하진 않다. 오히려 좀 초라한 면이 있다. 석헌의 능력도 완벽하지 않고, 생활은 여전히 구질구질하다. 근데 그게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것 같다. 우리 아빠도 슈퍼히어로는 아니지만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랑 겹쳐 보이는 부분이 있다. 영화 보면서 괜히 우리 아빠 생각나서 좀 코끝이 찡했다.

2. 가족의 힘

영화 염력을 보면서 가장 공감됐던 부분은 석헌이 가족을 지키려고 애쓰는데 번번이 삑사리 나는 장면들이다. 진짜 현실의 아빠들도 그렇다.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자꾸 어긋나고, 의도는 좋은데 결과가 영 아닌 경우가 많다. 석헌이 딱 그런 케이스다. 초능력 있어도 마찬가지인 게 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중간에 석헌이랑 은주가 같이 소주 마시면서 대화하는 장면 있는데, 이게 진짜 묘하게 감동적이었다. 그동안 대화 한 번 제대로 못 나눈 부녀가 술을 매개로 처음으로 진솔한 대화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침묵 사이사이 흐르는 어색함이나 미묘한 감정선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술 먹고 싸우는 가족들 많은데 이 영화에선 술이 오히려 가족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한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영화 염력에서 또 인상적이었던 건 박정민 연기였다. 석근 역할로 나오는데, 이 캐릭터가 좀 복잡하다. 형의 능력으로 돈 벌어보겠다는 계산적인 면도 있으면서, 또 한편으론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있는 모습이 그렇다. 박정민이 이런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서 좋았다. 특히 형이랑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 한국적인 형제 관계를 너무 잘 보여줬다. 나도 동생이 있는데, 영화 보면서 우리 관계가 생각났다. 가끔 투닥거리면서도 결국 서로 위하는 그런 관계가 우리와 비슷했다. 요즘은 바빠서 잘 못 만나는데, 이 영화 보고 문득 동생한테 전화해 볼 생각이 들었다. 영화 염력에서 진짜 웃기면서도 감동적인 장면은 가족들이 석헌의 능력을 발휘시키려고 함께 술 마시는 장면이다. 평소엔 서로 어색하고 불편했던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위해 술잔을 부딪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장면에서 석헌이 취해서 실수로 물건들 막 날리고 난리 나는 데도,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가족이란 게 뭐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그걸 채워가는 과정이 바로 가족이다. 영화 염력을 처음 볼 땐 그냥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가족 드라마에 가까웠다. 초능력이란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서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가족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었다.

3. 진짜 강함

영화 염력의 후반부로 갈수록 든 생각은 '진짜 강한 건 초능력이 아니라 가족 사랑이다'였다. 좀 뻔한 메시지 같지만, 이 영화는 그걸 진짜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석헌이 능력이 약해졌는데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맨몸으로 뛰어드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다. 취한 상태에서 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가족을 위해 위험에 맞서는 모습이 정말 마음을 울렸다. 슈퍼맨이 적과 싸우는 것보다 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류승룡의 눈빛에서 읽히는 그 간절함이 가슴을 찡하게 했다. 영화 염력에서 악당들도 그냥 흑백논리로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현실의 부조리한 면을 상징하는 존재들이었다. 연상호 감독 영화들 보면 항상 그런 사회 비판적인 요소가 깔려있는 특징이 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재개발, 세입자 문제 같은 현실 이슈를 판타지 요소랑 버무려 놓은 작품이다. 극장에서 영화 염력 볼 때 옆자리에 아빠랑 딸로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있었는데, 영화 끝날 때쯤 딸이 아빠 손을 꼭 잡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 보고 괜히 또 마음이 찡해졌다. 영화가 저런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도 한참 동안 영화 생각이 났다. 우리 아빠도 초능력은 없지만, 내가 어릴 때 항상 '넌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해 주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게 어쩌면 아빠의 진짜 '염력'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그 힘이 진정한 초능력이라고 느꼈다. 영화 염력은 은근히 여운이 긴 영화다. 표면적으론 웃기고 황당한 설정의 코미디지만, 속에는 가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진짜 강함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담겨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외국 히어로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오히려 이런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염력 같은 영화가 내겐 더 와닿는 느낌이었다. 집에서 부모님이랑 같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웃기면서도 적당히 감동적이고, 뭔가 어색하게 서로 얘기 안 나누던 가족들이 영화 본 후에 대화 나누게 될 가능성이 있는 영화다. 물론 같이 술 마시는 건 권장하지 않는 게 좋겠다. 염력은 안 생겨도 다음 날 두통은 생길 테니까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