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감금의 시간
2. 복수의 미로
3. 진실의 충격
1. 감금의 시간
영화 '올드보이'를 처음 본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친구가 "이거 꼭 봐야 한다"며 DVD를 빌려온 그날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처음엔 단순한 복수극인 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 '올드보이'는 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15년 동안 이유도 모른 채 감금당한 오대수의 이야기는 마치 현대판 그리스 비극 같았다. 지금도 가끔 좁은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영화 '올드보이'의 감금실이 떠오른다. 특히 촉촉하게 젖은 만두를 먹는 장면은 묘하게 식욕을 자극하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얼마 전 혼자 살 때 냉동만두만 며칠째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완전히 몰입했다. 특히 오대수가 출소 후 첫 번째로 먹은 산 낙지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대학 때 술자리에서 산 낙지를 처음 먹어봤는데, 잘 씹지 않으면 정말 목에 달라붙더라. 당시 친구들이 "올드보이처럼 먹어봐"라고 놀렸던 기억이 있다. 영화 '올드보이'의 이런 강렬한 이미지들이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영화를 본 이후로 한동안 복도식 모텔만 보면 불안해지기도 했다. 지난여름 여행 갔다가 어쩔 수 없이 묵게 된 오래된 모텔에서 밤새 잠을 설쳤던 적이 있다. 영화 '올드보이'의 감금실이 자꾸 떠올라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잤다. 그만큼 이 영화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2. 복수의 미로
영화 '올드보이'의 중반부는 오대수의 복수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단순한 액션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미로 같은 이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단연 복도 액션신이었다. 원테이크로 촬영된 그 장면은 지금 봐도 놀랍다. 얼마 전 놀이공원에서 망치 게임을 하다가 문득 이 장면이 떠올랐다. 역시 현실에서는 망치 하나로 20명과 싸우는 건 불가능하더라. 영화 '올드보이'의 수수께끼 같은 전개는 마치 퍼즐을 맞춰가는 느낌이었다. 우연히 친구들과 방탈출 게임을 했을 때도 비슷한 흥분감을 느꼈다. 단서를 하나씩 찾아가며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오대수가 자신의 딸을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영화 '올드보이'는 그런 식으로 관객을 끝까지 긴장시킨다. 미현을 처음 만났을 때 오대수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 돋는다. 대학 시절 우연히 만난 첫사랑과 재회했을 때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영화처럼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 묘한 인연의 감각은 비슷했다. 영화 '올드보이'는 복수라는 단순한 주제를 넘어 운명과 선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우진이 오대수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종종 내 삶에서도 떠오른다. "진실을 알고 싶은가, 아니면 행복하게 살고 싶은가?" 작년에 회사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도 이런 갈등이 있었다. 진실을 말하고 책임질 것인가, 아니면 모른 척 넘어갈 것인가. 영화 '올드보이'의 질문은 이렇게 일상에서도 계속 되풀이된다.
3. 진실의 충격
영화 '올드보이'의 마지막 부분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친구와 나는 동시에 "오 마이갓"이라고 중얼거렸다. 처음 영화 '올드보이'의 반전을 접했을 때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것이 영화가 줄 수 있는 충격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우진이 오대수에게 최후의 진실을 말해주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 돋는다. 가끔 사람들과 충격적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항상 영화 '올드보이'가 첫 번째로 떠오른다. 작년에 본 어떤 스릴러 영화도 '올드보이'만큼의 충격을 주지 못했다. 특히 마지막 오대수의 선택은 너무나 비극적이면서도 어딘가 이해가 됐다. 과거에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연락을 완전히 끊었던 경험이 떠올랐다. 물론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어떤 기억은 지우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올드보이'의 결말에서 오대수가 최면술사를 찾아가는 장면은 비극의 완성이었다. 그 이후 웃으며 눈 속을 걸어가는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계속 실패하면서 우울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때 나도 모든 걸 잊고 그냥 웃으며 살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다. 영화 '올드보이'는 그런 극단적인 감정까지도 이해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 영화를 본 친구들마다 각자 다른 부분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어떤 친구는 출소 후 오대수의 광기 어린 복수에, 또 다른 친구는 우진의 치밀한 계획에 더 집중했다고 한다. 영화 '올드보이'는 그만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몇 달 전 친구들과 다시 이 영화를 보게 됐다. 십여 년이 지난 후에 보니 또 다른 감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어떻게 평생을 좌우하는지, 그 묵직한 주제가 더 크게 다가왔다. 영화 '올드보이'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새로운 충격과 감동을 주는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