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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지충일기>의 기억의 길,인간의 빛,시대의 창

by kor-info 2025. 5. 6.

 

목차
1. 기억의 길
2. 인간의 빛
3. 시대의 창

영화<지충일기> 포스터

1. 기억의 길

어제 우연히 케이블에서 하는 '지충일기'를 보게 됐다. 오래된 흑백영화라 처음엔 그냥 지나칠 뻔했다. 첫 장면의 강렬함에 채널을 돌리지 못했다. '지충일기'는 1950년대 전쟁 직후 시골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보는 내내 할아버지 손잡고 갔던 어린 시절 시골 풍경이 자꾸 떠올랐다. 솔직히 요즘 학교 다니는 조카한테 '지충일기' 얘기했더니 "그게 뭔데?"라고 했다. 세대차이를 실감했다. 영화 속 아이들이 맨발로 산길을 뛰어다니는 장면은 지금 아이들에겐 상상도 못 할 일일 것이다. '지충일기'에서 손님 선생님이 부임하고 아이들과 만나는 장면은 어색하면서도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도 초등학교 때 전근 오신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때 느꼈던 낯섦과 설렘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영화 '지충일기'는 의외로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려한 효과 없이도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였다. 요즘 액션이나 판타지에 익숙해진 눈이어서 처음엔 적응이 안 됐다. 조금 지나니 오히려 그 담백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충일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손님 선생님과 소통하기 시작하는 부분이었다. 말이 아닌 눈빛과 작은 행동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정말 미묘하게 그려졌다. 지금 다시 봐도 이 영화의 연출력은 놀랍다. 특히 '지충일기'의 흑백 화면은 그 시대의 모노톤 감성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요즘 컬러 보정해서 재개봉한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원본의 흑백 화면이 주는 묘한 감성이 더 좋다. 영화 '지충일기'는 단순한 학교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 후 상처 입은 사회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2. 인간의 빛

영화 '지충일기'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은 건 손님 선생님과 영석이의 관계였다. 말썽꾸러기 영석이가 선생님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사실 나도 어릴 적에 영석이 같은 면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아이의 변화 과정이 더 와닿았다. '지충일기'는 선생님이 특별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영화가 아니다. 그저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평범한 선생님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 영화다.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영화 속에서 손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책도 제대로 없고 분필도 부족한 상황에서 온 마음을 다해 가르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지충일기'를 보면서 내가 받았던 교육과 지금 아이들이 받는 교육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환경은 좋아졌지만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제 '지충일기'를 보고 나서 학창 시절 은사님이 생각나 문자를 보냈다. 오랜만에 안부를 물으니 너무 반가워하셨다. 영화 '지충일기'는 이렇게 잊고 있던 소중한 인연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영화 중반에 운동회 장면은 단순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기쁨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지충일기'에서 보여주는 교육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인간 형성에 가깝다. 손님 선생님은 책으로 가르친 것보다 삶의 자세를 가르쳤다. 지금 시대에 더 필요한 교육이 아닐까 싶다. 영화 '지충일기'를 보고 나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돌아보게 됐다. 동네 서점에 가서 '지충일기' 원작 소설도 찾아봤다. 아쉽게도 절판됐다고 했다. 다음에는 원작도 꼭 읽어보고 싶다.

3. 시대의 창

영화 '지충일기'는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의 한 조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일어서야 했던 그 시절, 교육이 희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 할아버지 세대가 겪었을 어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충일기'의 배경은 물자가 부족하고 모든 것이 어려웠던 시절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눈빛은 맑고 순수했다. 지금 아이들의 눈빛과는 뭔가 다른 것 같다. 영화 '지충일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가난했지만 서로 돕고 의지하는 모습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요즘 이웃끼리 인사도 안 하는 아파트 생활과는 완전히 달랐다. 사실 '지충일기'를 보고 나서 우리 동네 주민 모임에 가입해 볼까 생각도 해봤다. 지금이라도 그런 공동체 의식을 찾고 싶어졌다. 영화 마지막에 손님 선생님이 떠나는 장면은 정말 마음이 아팠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영향력은 평생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충일기'는 그런 영화다. 보고 나면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가끔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른다. 어제는 유튜브에서 '지충일기' 관련 영상도 찾아봤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 영화를 사랑하고 있더라. 이렇게 오래된 영화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지충일기'는 60년이 넘은 작품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애는 지금 봐도 전혀 색이 바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나는 보석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영화 트렌드와는 달라도, '지충일기'만의 특별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이런 고전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