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다크 히어로
2. 욕망의 맛
3. 영웅의 길
1. 다크 히어로
처음 영화 차우를 봤을 때 든 생각은 '이건 뭐지?'였다. 2009년 나원표 감독의 영화 차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홍콩 영화 특유의 과장된 연출과 기괴한 설정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결코 평범한 히어로물이 아니다. 주인공 차우가 타인의 음식을 먹어 능력을 빼앗는다는 설정부터가 독특하다. 웬만한 관객이라면 여기서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런데 이 황당한 설정이 영화 속에선 묘하게 설득력을 갖는다. 주인공이 음식을 먹고 상대의 능력을 흡수하는 장면들은 디지털 효과와 액션 연출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특히 처음으로 능력을 얻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영화 차우의 또 다른 매력은 홍콩이라는 도시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번화가의 화려한 네온사인부터 지저분한 뒷골목까지, 홍콩의 이중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장면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도 금세 좁고 더러운 주택가로 뛰어드는 주인공의 모습이 홍콩의 양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 차우가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주인공의 복잡한 캐릭터다. 그는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는 인물이다. 때로는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순된 성격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져 공감이 간다.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차우는 그래서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욕망과 갈등을 보여주는 거울 같은 작품이다. 액션 장면들 사이로 스며드는 인간적인 감성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특히 주인공이 경쟁자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감정 변화는 단순한 히어로물을 넘어선 깊이를 선사한다.
2. 욕망의 맛
영화 차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주인공이 강력한 적과 싸우기 위해 특별한 음식을 찾아 헤매는 부분이다. 어느 음식점에서 우연히 맛본 만두가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음식의 출처를 찾아 도시 곳곳을 누비는 모습이 절박하고 필사적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특별한 만두'를 찾아 헤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무언가를 갈구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방황한다. 영화 차우는 이런 현대인의 모습을 음식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절묘하게 표현했다. 주인공이 강한 능력을 가진 사람의 음식을 탐내는 모습은 우리가 타인의 성공과 능력을 부러워하는 마음과 닮아있다. 때로는 역겨운 음식도 강한 능력을 얻기 위해 억지로 삼키는 장면들은 성공을 위해 견뎌야 하는 고통을 상징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주인공이 최종 보스와 대결하기 위해 거의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겨운 음식을 억지로 삼키는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비위가 상하는 장면이었지만, 그 장면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때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견디기 힘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이런 메시지가 단순한 액션 영화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영화 차우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음식을 통해 얻은 능력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설정이다. 아무리 강한 능력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다시 평범한 자신으로 돌아간다. 이는 우리가 얻는 모든 것이 일시적이라는 진리를 담고 있다. 성공이든, 명예든, 부든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 영화 차우는 이렇게 철학적인 주제를 화려한 액션과 코믹한 상황 속에 녹여냈다. 보는 내내 웃다가도 문득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영화다. 어떤 날은 지하철에서 주변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이 먹은 음식으로 어떤 능력을 얻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3. 영웅의 길
영화 차우가 다른 히어로물과 확실히 다른 점은 주인공의 성장 과정이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히어로는 처음부터 선한 의도를 가지고 능력을 사용하지만, 차우는 그렇지 않다. 처음에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도박에서 이기거나 여자를 유혹하는 데 사용한다. 이런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져 공감이 간다. 솔직히 나도 초능력이 생긴다면 처음엔 비슷하게 행동하지 않을까? 영화 차우는 이런 솔직한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이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으며 그는 조금씩 변화한다. 특히 자신보다 더 강한 적을 만나 완패하는 장면은 모든 영웅의 여정에 필수적인 '암흑의 시간'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의 무력한 모습에 묘하게 위로를 받았다. 누구나 인생에서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 있고, 그 순간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진짜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영화 차우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주인공이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기로 결심하는 부분이다. 그동안의 이기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영웅의 탄생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영화 차우는 단순한 초능력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능력이라는 것은 그저 도구일 뿐,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전편에 흐른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능력을 가진 '차우'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하는 문제만 남았을 뿐. 영화를 본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가끔 특별한 음식을 먹을 때면 '이걸 먹으면 어떤 능력이 생길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된다. 아마도 이것이 영화 차우가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는 상상력. 그리고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희망.